『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Jaime Hayon: Serious Fun)』을 통해 이해하는 현대미술
2019년 5월 3일
지난 4월 26일 금요일, 종로 대림미술관에서는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Jaime Hayon: Serious Fun)』의 오프닝 리셉션이 진행되었다.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Jaime Hayon: Serious Fun)』 은 오는 11월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전시된다. 가구, 꽃병, 주전자 등 일상 속 쉽게 지나치는 사물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본 전시는 대림미술관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비전과 잘 부합한다.
스페인 출신의 하이메 아욘은 세계적인 크리에이터이자 디자이너로, 밀라노의 디자인 학교와 프랑스 파리의 국립 고등 장식미술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협업하며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들을 이어왔다. 하이메 아욘은 월페이퍼(Wallpaper)에 ‘최근 10년간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100인’ (2007), 타임(Time Magazine)이 선정한 ‘가장 창의적인 아이콘’ (2014)으로 선정된 바 있다.
본 글에서는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Jaime Hayon: Serious Fun)』에서 두드러지는 현대미술의 세가지 특징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1. 소통하는 현대미술
관객들은 전시의 초입부터 하이메 아욘의 기발한 창의성을 대변하는 <그린 치킨(Green Chicken)>에게 (작품의 세계로) 초대를 받는다. 전시 공간은 7개로 나뉘어 있으며, 공간 마다 각기 다른 작품(오브제 objet)들이 각기 다른 사연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곳곳의 월 텍스트(wall text)들은 관객들에게 말을 건네며 그와 함께 보여지는 간단한 그림자 애니메이션들은 그 생생함을 증폭시킨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관객들은 작품과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관객과 전시와의 소통은 대림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투어(Mobile tour)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모바일 투어 에서는 각각 다른 목소리를 지닌 작품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작품 해설이 이어진다.
전시 기획과 더불어 작품에서도 ‘소통’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관객과 가장 많이 소통한 프로젝트라는 평을 받고 있는 <토너먼트 (The tournament)>는 1805년 유럽에서의 트라팔가르 해전의 사연을 풀어낸 대형 체스 게임 설치 작품이다. 각 체스 말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실제로 말을 옮기는 등 관객들의 게임 참여를 유도한다.
관객들은 <토너먼트 (The tournament)>를 통해 일상 속 물건에 담긴 문화와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 현대미술은 관객의 참여와 소통을 유도함으로써 그 예술적 경험을 증폭시키고, 작품과 대중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의미의 생성과정을 중요시 하고 있다.
2. 한계의 붕괴를 이뤄낸 현대미술
대림 미술관은 말 그대로 ‘미술’관이다. 어린 시절의 미술 시간을 생각하면 종이와 물감이 떠오르지만, 오늘날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대부분은 물감 외의 보다 더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빛의 투영, 그림자가 작품이 되기도 한다.
<아욘의 그림자 극장(Hayon Shadow Theater)>은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이다. 백색 메탈과 형형 색색의 아크릴로 이루어진 개성 있는 설치물들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오브제들이 현실 세계에서 살아난 듯한 환영을 만든다. 특히 이 공간에 활용된 사운드는 공간에 대한 이해와 신비로운 경험을 증폭시켜주고 있기에 직접 경험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소리 이외에도 하이메 아욘은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소재들의 과감한 결합을 시도하며 소재의 한계를 벗어난다. 이 한계의 붕괴는 작품의 소재뿐만 아니라, 장소, 대상, 창작의 주체 등 일련의 작품 생성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3. 철학을 담은 현대미술
하이메 아욘은 한 인터뷰에서 공감을 끌어낼 이야기가 없다면 예쁜 오브제일 뿐이기에 “작품 마다 고유 이야기가 중요한 법” 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이메 아욘은 2010년에 140년 전통의 일본 회사 쿠타니 초에몬(kutani choemon)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식기류를 선보였는데, 협업을 시작하기 전 일본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자 전통공연을 관람하고 료칸에서 머물러 보는 등 일본의 식∙문화를 체험해 보기도 했다고 한다.
“I believe that design should provoke emotions.
Design should make you feel good.
Create happiness.”
Jaime Hayon
“ 저는 디자인이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거죠. “
– 하이메 아욘
그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드러나는 말이다. 그에게 디자인은 단순히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기능적 합리성을 넘어 생활을 즐겁기 하기 위한 정서적, 심리적 기능을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학적인 폭넓은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점에서, 현대미술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시대와 사람을 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책 『문화의 힘(저자: 아오키 사다시게, 역자: 윤한나)』의 일부를 인용하며 본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풍족하다는 것과 즐겁다는 것은 ‘의미의 충실’ 이다.
일상을 산다는 것은 ‘의미에 충실’한 유용한 상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문화적 상징 및 생산의 사명이다. “
-책 “문화의 힘” 中
<대림미술관 위치>
대림미술관은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5분여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도심의 한 가운데 위치한 이 미술관은 예전에는 한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것을 한국의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아 2002년 5월 말 개관하였다. 작가들의 표현의 장을 마련해 준 것은 건설회사만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의 근사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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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대림미술관, 현대미술,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소통, 한계의 붕괴, 철학
작성자
이예은 인턴기자 (yeaun302@gmail.com)
편집
김민희 인턴기자 (asklzxnm32@gmail.com)
신다슬 인턴기자 (daaaseul.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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